악을 다루는 두 가지 방법
어느날 루까노르 백작이 빠뜨로니오에게 물었다.
"빠뜨로니오, 내가 잘 아는 이웃이 두 명 있소. 그중 한 사람은 존경할 만한 점이 많은 사람이지만, 가끔씩 실수를 저질러 나를 불쾌하게도 한다오.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내가 호의를 베풀 필요도 없고, 존경할 이유도 없으며, 또한 별로 내맘에 들지 않는 일도 한다오. 당신은 현명한 사람이니 내가 이들에게 각각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시오."
"백작님, 당신께서 말씀하신 것은 하나가 아니라 두 가지 일입니다. 다시 말해 두 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제가 말씀드리는 두 이야기를 듣고 가장 적절한 방법을 택해주셨으면 합니다. 하나는 선과 악 사이에 일어났던 일이고, 나머지는 하나는 선한 사람과 미친사람에게 일어났던 일입니다. 그럼 먼저 선과 악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지요."
옛날에‘선'와‘악이 있었는데 그들은 함께 지내기로 했답니다. 그런데 본래 악이라는 놈은 자기 이익만 챙기기에 급급하고 항상 말썽만 일으키는 놈이었지요.
그런 악이 어느날 선에게 가축을 길러 생계를 유지하자고 제의를 해왔습니다. 선은 그 말에 동의했고, 얼마 후 몇 마리의 양을 사게 되었지요.
세월이 흘러 양이 새끼를 낳자, 악이 선에게 말하기를 양에서 필요한 부분을 먼저 택하라고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본래 마음씨가 고운 선은 악의 제의를 사양하며 오히려 악에게 그 선택권을 주었지요. 이 말을 들은 악은 자기는 젖과 털만 가질 테니 선에게는 새끼양을 가져가라고 했답니다. 선은 아무런 불평도 없이 악의 의견에 동의했지요.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악은 또 돼지를 몇 마리 사자고 제의 했습니다. 이번에도 선은 아무 말 없이 그 제의를 받아들였지요. 하지만 돼지 새끼가 태어나자 악이 선에게 말하기를 저번에는 내가 젖과 털을 가졌으니 이번에는 네가 젖과 털을 가지라며 자기는 새끼돼지를 갖겠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이번에도 선은 아무런 불평없이 그 제안을 들어주었지요.
그리고 얼마 후 그들은 채소가 필요해 무를 심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무가 다 자라자, 악은 선에게 땅 속에는 무엇이 있는지 모르니 땅 위로 나온 부분을 가지라며 자기는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땅 속의 것을 갖겠다고 했습니다. 이번에도 선은 아무 말 없이 악의 제의를 받아들였지요.
그 후 그들은 또 배추를 심게 되었습니다. 배추가 다 자라자 악은 선에게 저번에는 네가 보이는 부분을 가졌으니, 이번에는 내가 보이는 부분을 갖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도 선은 아무런 반대 없이 악의 분배를 따랐지요.
그러던 어느날, 악이 이번에는 여자를 한 명 갖자고 하였습니다. 선은 이번에도 아무 말 없이 그 제의를 받아들였지요. 하지만 여자가 생기자 악은 자신이 여자의 허리 아랫부분을 가질 테니 선더러는 허리 윗부분을 가지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선은 집안일을 할 수 있는 부분을 가지게 되었고, 악은 잠자는 데 필요한 부분을 가지게 되었지요.
얼마 후 그 여자에게서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여자는 아기에게 젖을 먹이려고 하였지요. 그런데 갑자기 선이 나타나 몸의 윗부분은 자기 소관이라며 젖을 먹이지 못하게 했습니다. 한편 밖에 나가 있던 악은 아기가 태어났다는 소식에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왔지요.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아기가 울고 있지 않겠습니까? 그는 여자에게 이유를 물어보았지요. 그러자 여자는 선이 몸의 윗부분은 자기 소관이라며 아기에게 젖을 먹이지 못하게 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말을 듣자 악은 그길로 선에게 달려가 자기 아들에게 젖을 먹이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선은 몸의 윗부분은 자기 것이라며 허락할 수 없다고 했지요. 하지만 악이 계속해서 부탁을 하자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보게, 친구. 이제까지 내가 자네의 몫과 내 몫이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를 전혀 몰랐다고는 생각하지 말게. 하지만 나는 자네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네.
마음이 상하기는 했지만 내게 주어진 것만으로 여태껏 참고 지내왔다네. 그러나 자네는 그런 나를 본체만체 했었지. 좋다네. 하지만 앞으로는 자네가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 놓여도 난 자네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겠네. 여태껏 자네가 한 짓을 한번 생각해 보게나. 그리고 이전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자네도 한번 고통을 당해보라구."
악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자신의 아기가 죽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요. 그래서 자신의 잘못을 빌려 선에게 자비로써 그 어린 생명을 구해달라고 간청했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선이 시키는 대로만 할 테니, 과거의 일은 제발 잊어달라고 했습니다.
선은 이 발을 듣고, 악이 이제는 자신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에 대해 신에게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통해 악의 나쁜습성을 고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선은 악에게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싶거든 아기를 등에 업고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모든 사람이 다 들을 수 있는 큰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외치라고 했습니다.
‘친구들이여, 착한 일을 하면 결국에는 선이 악을 이기는 법입니다!’하고 말입니다. 악은 자기 아들의 목숨을 구하는 일치고는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선의 제안을 받아들였지요. 아울러 선 역시도 그렇게 해서 악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지요. 악은 약속을 지켰고, 이로써 사람들은 착한 일을 하면 결국 선이 악을 이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선한 사람과 미친 사람 사이에 일어났던 다음의 이야기는 경우가 조금 다릅니다.
옛날 대중목욕탕을 가지고 있는 착한 사람이 한 명 있었지요. 하지만 그 마을에는 미친 사람이 한 명 살고 있었답니다. 그는 목욕탕에 사람들이 한창 많을 때 들어와서는 물통이든, 몽둥이든 가릴 것 없이 손에 잡히는 대로 사람들에게 휘둘러댔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목욕탕을 뛰쳐나와야 했고, 그래서 그 착한 사람은 목욕탕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었지요.
그러던 어느날, 목욕탕 주인은 미친 사람의 횡포를 참다 못해 아침 일찍 일어나 그가 나타나기 전에 목욕탕 속으로 들어가 있었지요. 그리고는 벌거벗은 채로 뜨거운 물 한 바가지와 큰 몽둥이 하나를 들고 미친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사람들 괴롭히는 재미로 목욕탕에 오는 그 성미 고약한 사람이 나타나자, 곧장 다가가 뜨거운 물을 한 바가지 머리에 쏟아붓고는 몽둥이로 늘신 두들겨 패주었지요. 갑작스런 봉변으로 죽는 줄 알았던 미친 사람은 자기를 때린 놈은 분명히 정신이 이상한 놈일 거라 여기고는 죽는다고 고함을 치며 목욕탕을 뛰쳐나갔지요. 그리고는 웬 호들갑을 그리 떠느냐고 묻는 행인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답니다.
“조심하세요. 목욕탕에 또 다른 미치광이가 있어요."
결국 주인도 미치광이 취급을 당하게 된 것이지요.
"백작님, 당신도 이와 같이 행동하십시오. 즉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하거나 그렇게 대할 의무가 있는 사람에게는 비록 그가 가끔씩 백작님을 실망시킨다 할지라도 집에 거처를 마련해주고 호의를 베푸세요. 하지만 그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이 그를 존중하고 귀하게 여기기 때문이지 누가 시켜서 그러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분명히 말해주셔야 합니다. 반대로 그렇게 대할 필요가 없는 사람에게는 굳이 애써 참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고 혹시 그가 백작님을 위해서 무슨 일을 한다고 하면 그것은 자기를 위해서 하는 것이지 결코 백작님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분명하게 일러두십시오. 왜냐하면 나쁜 친구들은 두려움이나 이익 때문에 당신을 좋아하는 것이지,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나 좋아하는 것은 결코 아니니까요."
선은 항상 선행으로 악을 이긴다. 못된 자는 상대해 봤자 이로울 게 없다.
'세상을 보는지혜 > 선과 악을 다루는 35가지 방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섯번째 이야기 간을 닦아야 했던 남자 (0) | 2007.08.12 |
---|---|
다섯번째 이야기 은혜를 모르는 교황 (0) | 2007.08.12 |
아마씨의 위험을 피한 제비 (0) | 2007.08.12 |
신하의 부인과 살라디노 사이에 일어난 일 (0) | 2007.08.10 |
악마와의 계약 (0) | 2007.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