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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번째 이야기 사자 앞에 선 두 마리 말

태양인1 2007. 8. 14. 07:04

열일곱번째 이야기 사자 앞에 선 두 마리 말


  하루는 루까노르 백작과 그의 조언자 빠뜨로니오가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빠뜨로니오, 오래 전부터 내게 많은 해를 끼치고, 무척 괴롭히는 원수가 한 놈
있소. 우리는 서로 하는 일이 다를 뿐만 아니라 마음도 맞지 않다오. 그런데 최근에
우리 둘보다 더 세력 있는 자가 나타나서는 우리에 게 큰 해가 될 일을 하고 있다
하오. 일이 이렇게 되자 원수로 지내던 그 놈이 이젠 화해하고 이 자로부터 서로를
지키기 위해 힘을 합치자는 제의를 해오지 않았겠소? 둘이 합심한다면 우리를
확실히 지켜낼 수 있지만 따로 떨어져 있다면 우리가 두려워하는 그 자에게 둘중
하나가 손쇱게 제거될 거라고 말이오. 그렇게 된다면 남아 있는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오. 나는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큰 고민이라오.
한편으로는 그 놈이 나를 속일까 두렵기도 하고 말이오. 일단 그 놈과 가까워지게
되면 내  목숨은 이미 나의 것이 아닐 것이오. 둘이 가까이 지내게 된다면 내가
그를 믿고 그가 나를 믿는 것이 당연한 이치겠으나, 실은 그 점이 몹시 불안하오.
반대로 만약 내가 그 놈의 제의를 거절한다면 이미 말했듯이 큰 화를 당하게 될
것이오. 당신을 믿고 당신의 지혜를 알고 있으니, 지금 내가 행해야 할 바를
알려주기 바라오."
  빠뜨로니오는 말했다.
  "루까노르 백작님, 네게 요구하시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고도 위험한 일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얻으시려면 튀니지에서 헨리 왕자를 모시던 두 기사에게 있었던
일을 아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튀니지에서 헨리 왕자를 모시던 기사가 두 명 있었지요. 그들은 매우 친해서
한시도 떨어져 있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두 기사는 각자 말을 한 마리씩 가지고
있었는데 이 두 마리 말은 주인들과는 반대로 서로를 미워했다는군요. 두 기사는
따로 살 만큼 재산이 넉넉하지 못했지만 서로 증오하는 애마들 때문에 같은 집에
살수가 없었지요. 이렇듯 불편한 생활을 하던 중 두 기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궁에서 사자를 기르고 있던 튀니지 왕에게 그 말들을 줘버릴 것을 헨리 왕자에게
부탁하였습니다.
  헨리 왕자는 사정의 내막을 이해하고 튀니지 왕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요. 이 왕은
즉시 말들을 사들여 사자를 가두어놓은 우리에 함께 넣어버리도록 하였습니다. 한
우리에서 만나게 된 말들은 끔찍할 정도로 서로 물고 뜯으며 싸움을 벌였지요. 그때
한쪽에 갇혀 있던 사자를 풀어놓았습니다. 사자를 보자 두 말은 사시나무마냥 떨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서게 되었지요. 한동안 아주 가깝게
있던 말들은 같이 사자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답니다. 그리고는 물어뜯고 걷어차고
하며 사자를 몰아붙였습니다. 사자는 종전에 갇혀 있던 우리로 쫓겨났고 말들은
목숨을 보존할 수 있었지요. 그 후부터 이 두 동물은 절친한 사이가 되어 같은
구유에서 먹고, 같은 마구간에서 잤다고 합니다. 둘이 가까워진 이유는 사자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지요.
  "루까노르 백작님게서 그 원수가 두려워하는 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위해
백작님을 필요로 하고 지난 날의 나쁜 기억을 다 잊으려 한다고 믿으시면, 그 두
마리 말들이 가까워져 불신을 없애고 서로를 믿을 수 있게 된 것처럼 백작님도 옛
원수에 대한 신뢰를 가져보십시오. 그가 당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신의를
지킨다면 그를 믿는 것이 잘하는 일이며 타인에게 화를 입지 않도록 서로 돕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사람은 때로 그 사람이 밉더라도 이웃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만
타인이 우리에게 저지를지 모르는 악행을 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행동을
보아 위험이 지난 후에 당신을 해칠 수 있으며 신의를 지키지 않는다는 것을 예측
할 수 있으면 그를 돕는 것은 우매한 일이므로 가능한 한 빨리 그를 멀리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위험에 처한 자가 자신을 구해주는 사람에 대한 나쁜 마음을 버리지
못한다면 기회가 닿을 때마다 복수하려고 들 것이기 때문이지요."

 

낯선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되, 측근들의 악행에도 방심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