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번째 이야기 까마귀에게 속은 부엉이
열번째 이야기 까마귀에게 속은 부엉이
어느날 루까노르 백작은 빠뜨로니오에게 조언을 구했다.
"빠뜨로니오, 나와 원수로 지내는 사람의 집에는 친척과 하인 그리고 그가
돌봐주고 있는 식객 한 명이 있다오. 그런데 하루는 그들끼리 크게 다투게 되어 이
식객이 몹시 모욕을 당했소. 그는 자신이 입은 피해를 괘씸히 여겨 복수를 하기로
마음먹고는 나를 찾아왔다오. 나는 쉽게 원수를 욕보일 기회를 얻게 되어 내심 무척
기쁘다오. 그러나 만약을 대비해서 당신의 지혜를 구하는 것이니 어디 당신 생각을
말해보시오."
빠뜨로니오가 말했다.
"루까노르 백작님.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는 필경 당신을 속이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들려드리는 까마귀와 부엉이 이야기를 한번 참고해 보십시오."
까마귀들과 부엉이들은 몹시 사이가 나빴는데 언제나 더 많이 당하는 쪽은
까마귀들이었습니다. 부엉이란 낮동안에는 으슥한 동굴 속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어서야 나오는 종족 아닙니까. 부엉이들이 걸터앉아 밤을 보내는 나무는 원래
까마귀들의 잠자리였습니다. 부엉이들은 늘 잠든 까마귀들을 괴롭혀 상처를 입히고
또 심지어 죽이기까지 했습니다. 하루는 부엉이들에게 시달리던 까마귀들 중 영악한
한 놈이 다른 까마귀들에게 복수할 계책을 내놓았습니다.
그 계책이란 이러했습니다. 그 까마귀는 동료 까마귀들이 자신의 털을 간신히 날
수 있을 만큼만 남기고 몽땅 뽑은 후에 혼자 버려두고 떠나도록 했습니다. 짐짓
학대당한 듯이 꾸민 그 까마귀는 부엉이들에게 가서 이제는 부엉이들과 다투지
말자고 말해서 동료들에게 몰매를 맞았다고 울먹였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은 이제
부엉이들이 원하기만 한다면 까마귀들을 괴롭힐 방책을 얼마든지 알려줄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자 부엉이들은 그 제안에 몹시 기뻐하며 그 까마귀를 동지로 받아들이고 잘
대접해 주었답니다. 그러나 경험 많고 나이 지긋한 한 부엉이는 즉시 침입자의
계책을 알아차리고는 그 까마귀는 우리에게 해를 입힐 목적으로 동태를 살피러 온
첩자라고 대장 부엉이에게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동료들이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았으므로 그는 홀로 무리를 떠나 피신해 버렸답니다.
부엉이들이 신임하는 사이 깃털이 다 자란 까마귀가 이제 나가서 다른 까마귀들의
동태를 살펴보고 오겠으니 잠시 후면 모든 까마귀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말하자
부엉이들은 이를 흡족히 여겼습니다. 그리하여 그 까마귀는 동료들에게 돌아갈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낮 동안은 잠을 자는 부엉이들의 생활방식을 알게 된 까마귀들은
쉽사리 그들을 전몰시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불행은 원수를 믿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지요.
"그러니 루까노르 백작님, 당신을 찾아온 사람이 당신의 원수에게 은혜를
입었다면 경계하십시오. 그로인해 당신이 곤궁에 빠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당신의 적이 어느 날 친구인 척하더라도 그를 믿지 말라.